2020년 3월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일상의 절반이 멈춘지 몇주가 지났습니다. 초반에 한국은 중국에 이은 엄청난 감염자 발생으로 세계의 기피대상이 되는가 싶더니 한달만에 코로나 19대응을 혁신적으로 이루어낸 사례로 세계의 중심에 서는 반전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 비결로 지목되는 것 중에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수집과 공유를 가능케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혁신방역 모델이 있고, 열악한 환경에서 바이러스와 치열한 사투 중인 공중보건의, 간호사와 의료진, 질병관리본부의 피땀이 있습니다. 정보와 노동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사회정책의 치열한 대응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일 것입니다.

  이번에 2편의 기획논문과 8편의 일반논문을 담아 발간된 『한국사회정책』 27권 1호의 굵직한 키워드도 데이터 그리고 노동입니다. 연구의 발전이 데이터의 축적과 발전에 의해 이루어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에 기구축된 행정빅데이터를 사회과학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계의 요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행정빅데이터와 사회정책>을 주제로 행정빅데이터의 사회정책 활용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정책화와 후속연구를 위한 쟁점들을 제기하는 두편의 기획논문을 싣게 되었습니다. '증거기반 정책연구를 위한 행정자료의 활용' (유종성·전병유·신광영·이도훈·최성수)은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관리와 활용의 필요성과 이에 관한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뤄야 할 것인지를 다룹니다. 행정자료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가계조사의 행정자료에 의한 보정: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중심으로'(김낙년)는 서베이 자료인 가계조사를 행정자료에 의해 보정할 때 기대되는 의의와 한계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주어 학술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연구입니다.

  한편 일반논문 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네편이 한국사회의 노동 문제를 다룹니다. '노동의 불안정성에 대한 다차원적 고찰: 자발적 비정형 노동자의 사례를 통하여'(김수영·하은솔·김영)는 기존의 '불안정 노동' 담론이 경제적 영역에만 초점을 맞춘 한계를 지적하고 모든 노동에 잠재된 불안정성의 문제를 새롭게 제기함으로써 불안정 노동 담론 연구의 확장에 기여했다고 평가됩니다. '한국에서 "좋은" 시간제 일자리는 가능한가?'(남재욱·이다미)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다시금 쟁점으로 떠오르는 현시점에서 한국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되기 어려운 조건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한 시의성 높은 연구입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청년취업문제가 현재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청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청년 자영업자의 소득 및 사회보험 불안정성 영향 요인에 관한 연구'(김규혜) 역시 시의성 차원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노동개혁의 이상과 현실: 포용적 안정화에서 연성 이중화로'(권순미)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정책과 성과, 관련 논의를 망라하여 정리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한국사회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이번 호에는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자료나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들도 눈에 띕니다.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의 복지태도 차이에 관한 다집단경로분석 연구'(안상훈)는 조사 대상의 특성상 자료 수집의 어려움을 넘어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의 복지태도를 다룬 서설적 연구로서, 기존의 복지태도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체계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혼합방법론을 활용한 지원주택 거주 경험 연구 : 서울시 시범사업을 중심으로'(김인제·민소영)는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를 통합하는 혼합방법론을 활용하여 돌봄과 주거의 이중 공백에 노출된 사람들을 위한 대안적 주거모델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사회정책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하는 두편의 논문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은 어떤 복지국가로 성장해왔는가'(한신실)는 한국이 1990년대 말 복지국가로의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한 지 약 20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이루어져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됩니다. '한국의 가족계획정책은 가족주의를 어떻게 활용하였나'(오영란)는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가족계획정책의 장기적 영향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가족주의와 이데올로기의 결합이 어떻게 작동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입니다.

  이번에도 총 10편의 논문이 출간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치밀하게 읽고 의견을 주신 심사위원들의 수고가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이 분들의 수준높은 의견과 평가를 통해 질높은 학술지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0. 3. 31
한국사회정책 편집위원장 김수완 드림